만성적인 무기력증. 생각이 너무 많아요.

사자 6 1,676
안녕하세요.

저는 어렸을때부터 큰 욕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태어났다는 사실을 비롯한 모든게 늘 부담스럽고 버거웠어요.
성격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제가 있지는 않아요.
그냥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편인 것 같아요.

연인은 없지만 가족하고도 화목하게 지내고있고, 빠듯하게 살고있지만 돈때문에 죽고싶을 정도로 힘들지도 않아요.
응원해주는 친구도 있고, 동료들에게도 폐끼치지 않고 웃으며 지내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지쳤어요.
원래도 다소 인색하고 잔정이 많거나 정을 잘 주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최소한의 것들도 이젠 줄수있는 여유가 없어요.

도피하고 싶어요. 연애로, 결혼으로, 혹은 먼 곳으로.
만약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질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떠났을거에요.
꼭 죽음만을 의미하는것은 아니에요. 책임감과 의무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뿐이에요.
늘 모순적인 마음에 시달려요. 저는 좋은 사람이 되고싶지만 행복에 가까운 제 모습은 아주 자유분방하고 무책임해요.
솔직하고 매력적이죠. 지금 상태는 많이 절제하고 참고있어요. 믿을수 없으시겠지만 아주 어릴때부터요.

착한사람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6 Comments
10 초딩 20-04-27 15:44 0   0
안녕, 친구
나는 글쟁이라 이런 글을 보면 답을 하고 싶어.
담담하고 서정적인 모놀로그 같아.
하지만 그 속엔 불꽃이 있어.

글만 보면 34살 같은데
넌 참 조숙하구나.
그게 너의 문제지.

너도 도피할수 없다는걸 알거야.
환경의 문제가 아닌 너 자신의 문제니까.
연애, 결혼, 도망.
그런 경험은 자신의 문제를 알게 해줄 뿐이야.

현실과 꿈의 모순 속에서
조율해 가는 것이 평화를 찾는 길인거 같다.
너는 현실에 맞게 너무 절제하고 참고 사는거야.
좀 더 개방적이고 솔직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있어야지.
그것은 '친구'야.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진실하게 마음을 열고 서로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수 있는 친구

누구나 그런 친구를 찾지만
복잡하고 음험한 현실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그런 현실에 익숙해지지.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똑같아 지는거지.
길을 찾는건 어리석은거야.
똑같이 사는게 현명한거지.

그래도 나는 손을 내밀어.
기대없이, 꿈도없이, 다 죽어가는 손을 내밀어.
우리가 그런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
니가 한걸음 다가오면 나는 두걸음 다가가.
나는 결코 물러나지 않아.

언제나 노력하지.
노력하면 할수록 이해는 깊어지고.
어려운 문제를 푸는것처럼 연구하고 이해하고.
왜 안될까?
나도 부족하고 너도 부족하고 현실은 단단한 콘크리트와 같고.

그래도 노력해
최소한 미련은 버릴수 있으니까.

우리가 만날수 있을까?
우리가 카페에서 마주보고 앉아 대화할수 있을까?
그건 아주 쉽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
문제는 마음이 없다는거야.

꿈을 이야기하고
고통을 이야기하고
그럴 마음이 없다는거야.
그건 비현실적인 거야.
비현실적은 것은 언제나 더 큰 고통을 주지.

그래도 나는 손을 내밀어.
친구하자.
내가 얼만큼 자랐나, 내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알기 위해
그런 친구가 필요한거야.
현실과 조금 벗어난 곳에서.
10 초딩 20-04-27 15:55 0   0
꿈을 안고 사는 것과
꿈을 버리고 사는 것
전자는 어리석은거야.
후자가 현명한거야.
현실과 꿈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있고
현실이 먼저고 현실에서 벗어날수 없어.

어른은 꿈을 이야기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거야.

더 현명해져야지.
지혜가 필요해.
이 복잡한 현실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는.
10 초딩 20-04-27 15:59 0   0
나는 변태일수도 있어.
그게 현실이야.
ㅇㅇ 20-04-30 10:11 0   0
힘든 이유가 사주에 나옵니다. 바로 님의 일지는 술토인데 대운에서 사화가 들어와서 사술원진을 이뤄서 마음이 심란한 것입니다. 제가 봤을 땐, 임진대운부터는 마음의 힘듦은 사라집니다. 그 시기가 30살 이후겠네요. 그러니까 지금은 가장 지치는 시기일 겁니다. 그래도 30살 뒤로는 20년간 용신운이 기다리니까 좀 버텨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힘드시면, 여행도 많이 다녀보시면서요. 아무쪼록 정신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사자 20-05-07 19:48 0   0
초딩님. 감사합니다.

꿈속의 저는 초딩님이 변태라 할지라도 즐거이 친구가 되었을 것 같은데, 현실의 저는 현실을 핑계로-어쩌면 핑계가 아닌 책임감으로- 댓글로 감사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이따금씩 얼마나 참고 얼마나 솔직해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요. 제가 그린 이상이 너무 섬세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불꽃을 머금은 껍데기에 조금씩 흠이 가려는 것 같아요. 열기가 새어나갈까봐 너무 싸맸나봐요. 깨지는 날 비로소 초딩님과 카페에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지도요.
사람은 양면성을 인정해야 편한데 변덕이라는 이름으로 폄하되거나 일관성이란 가면에 감추는 것 같아요.
얼마나 요상해질지 가늠이 안되네요.

글을 작성한지 시간이 꽤 지나 다시 이곳을 찾으실지는 모르겠으나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답글 남깁니다.

위로 감사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사자 20-05-07 19:51 0   0
ㅇㅇ님. 감사합니다.

지금이 가장 지치는 시간이라는 말이 참 위로가 됩니다. 앞으로 올 시간이 기다려지기는 처음인 듯 하네요.
잘 버티겠습니다. 움직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요즘같은 마음에는 여행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근래에 바람쐬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늘었거든요. 응원 감사합니다. 잘 다스려볼게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